리오집사의 기억저장소

 

10월 5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인 오로라를 보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밴쿠버에서 옐로나이프로 이동한 후, 오로라 투어에 합류까지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

오로라 투어 1일 차, 과연 첫날부터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

목차

     

밴쿠버 숙소 옆 Cora Breakfast and Lunch에서 브런치

Cora Breakfast and Lunch. 바클레이 호텔 바로 옆에 있다
cora Breakfast and Lunch. 바클레이 호텔 바로 옆에 있다

오전 10시경. 브런치를 먹기 위해 cora breakfast and lunch에 방문했다. 식당에 메뉴가 굉장히 많고, 간단히 먹는 브런치답게 가격은 10~20 캐나다 달러로 타 음식점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다. 대기줄도 꽤 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자리가 널널했다.

 

내가 시킨 메뉴. 팬케이크에 베이컨, 달걀 등이 있다.

내가 시킨 메뉴는 여러 메뉴들 중에서도 저렴한 편에 속하는 메뉴였는데, 이름은 까먹었다. 기억하기에는 메뉴가 너무 많았다! 기본적인 계란후라이, 베이컨, 팬케이크, 햄, 토마토 등이 있는 구성이었다.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요리로 구성된 만큼, 맛은 보장되었고 특별함은 없었다.

 

친구가 시킨메뉴. 가운데 주황색 메론이 달콤하고 육즙이 가득한게 내 스타일이었다.
친구가 시킨 메뉴. 가운데 주황색 메론이 달콤하고 육즙이 가득한게 내 스타일이었다.

친구가 시킨 메뉴는 과일 위주였는데, 한 입 뺏어먹어 본 멜론 맛이 기가맥혔다 ㅎㅎ. 코라 브런치 가게는 간단한 아침 메뉴인만큼 간단한 요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적인 맛도 보장되어 있고, 또 입맛 취향에 맞게 다양한 구성이 있어서 여러 명이 가도 대부분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음식점이었다.

 

 

이동 1. 롭슨 스트리트 > 밴쿠버 국제공항 

밴쿠버 롭슨 스트리트에서 국제공항까지 약 35~40분 소요
밴쿠버 롭슨 스트리트에서 국제공항까지 약 35~40분 소요

이제 밴쿠버와 진짜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바클레이 호텔에 들러 짐을 챙긴 후, 밴쿠버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버스 10분, 워터프론트역부터 밴쿠버 국제공항 역까지 25분, 그리고 대기시간을 포함하여 총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이동 2. 또 연착! 밴쿠버 국제공항 YVR > 캘거리 국제공항 YYC

다시 만난 밴쿠버 국제공항. 오로라보러 옐로나이프 가즈아~
다시 만난 밴쿠버 국제공항. 오로라보러 옐로나이프 가즈아~

다시 도착한 밴쿠버 국제공항. 오로라 볼 생각에 한껏 신이 났던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때까지는.

 

13:30분 캘거리공항으로 가는 웨스트젯 탑승 예정.
13:30분 캘거리공항으로 가는 웨스트젯 탑승 예정.

그러나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15분 연착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여행 첫날도 비행기가 연착으로 고생했는데, 또 연착이라고?!

예정대로라면 오후 3시 55분에 캘거리에 도착해서, 오후 4시 10분 옐로나이프행 비행기 탑승해야 한다. 즉, 15분 안에 환승을 해야 하는 우리 시간을, 그대로 15분의 비행기 연착시간으로 까먹게 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환승시간이 촉박한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되어서 입국심사 해주는 직원에게 우리가 제대로 환승할 수 있을지 물어봤다. 대답은 No need worry at all(?). 전혀 걱정할 게 없다였다. 대답에도 불안하긴 매한가지였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냥 탑승할 수밖에.

4시 10분에 옐로나이프행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환승공항인 캘거리 공항에 4시 10분 도착.
4시 10분에 옐로나이프행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환승공항인 캘거리 공항에 4시 10분 도착.

결국 4시 5분~10분 정도에 캘거리 공항에 도착했다. 로키산맥 투어에서 왔었던 캘거리에 대한 반가움은 뒤로하고, 허벅지가 터져라 옐로나이프행 비행기의 탑승 장소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 작은 지연사건은 그저 소소한 사건에 불과했다.

 

 

이동 3. 또또 연착!  YYC > 옐로나이프 공항 YZF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리도 조바심을 냈을까? 어차피 다음 비행기도 연착인 것을 ㅋㅋㅋㅋㅋ... 옐로나이프 가는 무려 비행기는 15분 연착이라 쓰여 있되, 한 시간이 연착되었다. 웨스트젯 항공사는 캐나다 항공이다. 너무 여유로운 우리 캐나다 사람들..! 그래도 15분 연착이라고 뻥치는 건 너무 하잖아? ㅠ

 

이왕 연착된 거, 못 먹어본 팀 홀튼 커피 한잔해~! ^^
이왕 연착된 거, 못 먹어본 팀 홀튼 커피 한잔해~! ^^

할 수 있는 거라곤, 소니오로라 투어의 소니한테 비행기 연착이 된다는 소식을 전한 후 여유를 부리는 것뿐이었다. 아주 여유롭게~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캐나다 커피 프랜차이즈, 팀 홀튼 커피도 홀짝이며 비행기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뜬 비행기에서 바라 본 캘거리. 오늘 오로라 투어 합류는 가능할까?
드디어 뜬 비행기에서 바라 본 캘거리. 오늘 오로라 투어 합류는 가능하긴 할까?

비행기는 어찌저찌 1시간 뒤에 떴다. 그래, 비행기가 뜬 것만 해도 어디냐! 마음을 다듬고, 비행기 창 밖을 바라보며 다시 만난 캘거리에 작별 인사를 했다.

 

웨스트젯 항공사 간식. 간단한 프레즐과 초코바, 그리고 몇몇 음료를 준다.
웨스트젯 항공사 간식. 간단한 프레즐과 초코바, 그리고 몇몇 음료를 준다.

오늘 두 번의 비행은 모두 웨스트젯 항공을 이용했는데, 간식으로 프렛즐과 초코바를 준다. 프렛즐은 맛이 심심했고, CELEBRATiON 초코바는 내 취향이었다.

 

한시간 연착인데, 도착시간은 왜 30분 추가야? 비행도 천천히?!
한시간 연착이었는데, 도착시간은 왜 30분 추가된거야? 비행도 천천히?!

더 재밌었던 경험은 출발은 한 시간 연착이었으나 도착은 한 시간 반 연착되었단 사실! 출발은 한 시간 지연됐는데, 도착은 오후 9시 도착으로 한 시간 반이 지연되었다. 도착만 지연되었으면 다행이다 ㅎㅎ. 캐리어 받는데도 3~40분이 걸려서, 저녁 10시가 다 되어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이동 4. 옐로나이프 공항 YZF > 호텔 > 오로라 빌리지

비행기 연착이 오래되어서, 소니투어에서 진행해 주기로 하였던 픽업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오늘은 오로라 빌리지 투어를 진행했어야 했는데, 오로라 빌리지 크루는 이미 오로라 빌리지로 이동한 상태였다. 여기서는 돈을 날려도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돈을 날리게 될 예감에 멘붕이 잠시 왔지만, 침착하게 하나씩 해결하기로 했다.

먼저 현지 택시를 잡고 숙소인 노바 인 옐로나이프 호텔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외국인이 노바 인 호텔 가냐고 물어보았다. 셔틀버스 운전기사였다! 덕분에 추가 지출 없이 노바 인 호텔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오로라 빌리지에는 한국인 투어, 일본인 투어 등 각 나라 전용 투어 버스와 가이드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인 버스는 이미 떠난 상태였는데, 운이 좋게도 일본 투어의 보스 같은 사람을 만났다. 우리의 상황을 듣고 난 후, 보스는 우리를 오로라 빌리지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운이 좋게도, 오로라 빌리지에 갈 수 있었다. 일본 보스, 감사합니다
운이 좋게도, 오로라 빌리지에 갈 수 있었다. 일본 보스,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일본 투어 버스를 타고 새카만 어둠을 뚫고 밤 열한 시가 다 되어서야 오로라 빌리지에 입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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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빌리지, 구름 가득한 하늘. 내일도 있으니 오늘은 포기하자. 

오로라 빌리지. 안개? 구름? 이 자욱해서 마음을 비웠다.
안락해 보이는 오로라 빌리지. 안개? 구름? 이 자욱해서 마음을 비웠다.

어찌저찌 오로라 빌리지에 입성했지만, 오늘은 오로라를 보기 힘들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로라 빌리지의 여러 가이드들도 최근 오로라를 못 봤다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9월 말에서 10월 초는 오로라가 잘 보여야 하지만 기상이변, 잦은 화재가 원인이라고 했다.

 

오로라 헌팅은 차안에서 불편하게 대기해야하지만, 오로라 빌리지 투어는 인디언 원주민 텐트인 티피 tepee에서 아늑하게 오로라를 기다릴 수 있다.
오로라 헌팅은 차안에서 불편하게 대기해야하지만, 오로라 빌리지 투어는 인디언 원주민 텐트인 티피 tepee에서 아늑하게 오로라를 기다릴 수 있다.
오로라 빌리지 안에서 뜨거운 코코아로 몸을 녹였다. 어찌나 춥던지!
오로라 빌리지 안에서 뜨거운 코코아로 몸을 녹였다. 어찌나 춥던지!

자정이 가까운 시간, 이미 포기한 상태로 오로라 빌리지 안에서 따뜻함 음료를 마시며 쉬었다. 그러나 포기했다고 해서 기분도 안 좋은 건 아니었다.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 10년 간 유학한 친구와,  대병원 약사를 하다 1년 여행 중인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친해져서, 내일 점심식사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옐로나이프는 오로라를 보는 늦은 저녁에서 새벽을 제외하면, 딱히 할 게 없는 조용한 동네다. 새로 사귄 친구들이 있어서 그나마 더 재밌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았다.

원하면 추가금을 내고 오로라 빌리지에 머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지치기도 했고, 여행 동지와 나는 상의 하에 연장 없이 예정대로 새벽 2시에 숙소인 노바 인 옐로나이프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너무 추웠다. 아직 자정도 안된 시간, 앞으로 2시간 이상 여기서 뭐 하지?

 

 

오늘의 불운은 복선이었나? 기적같이 만난 첫 오로라

티비에만 하루종일 있으면 뭐 하랴. 오로라가 가장 밝다는 자정이 다 되어 갈 때 즈음, 친구와 나는 오로라가 잘 보인다는 오로라빌리지 내의 버팔로 언덕으로 가벼운 산책을 갔다. 그런데!

 

구름 사이로 뭔가 보이는 저것은 오로라?
구름 사이로 뭔가 보이는 저것은 오로라?

구름 사이로 뭔가 초록색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버팔로 언덕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오로라다! 우와! 를 외치며 술렁이기 시작! 지루한 일상 속에 설렘을 잃었다 생각했던 나도, 오랜만의 엄청난 설레임을 느끼기 시작했다.

 

무려 보기 힘들다는 댄싱 오로라.
무려 보기 힘들다는 댄싱 오로라.

시간이 흐를수록 구름이 걷히고, 쉽게 보기 힘들다는 댄싱 오로라가 내 눈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사진에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 삼각대를 잃어버린 게 한이 된다. 아쉬움도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오로라를 나의 기억 속에 남기기 위해, 1초라도 더 이 기분을 만끽하고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1초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하늘만 올려다보았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탄성들이, 댄싱 오로라의 연주처럼 들렸다.

 

어떻게든 잘 담고 싶었지만, 사진 찍는 스킬이 부족했더 나.
어떻게든 잘 담고 싶었지만, 사진 찍는 스킬이 부족했더 나.

오늘의 모든 안 좋았던 시간들은 바로 지금 이 시간을 위한 복선이었던 것 같다. 오늘의 모든 시간지연과 불안감은, 신이 오로라라는 최고의 피날레를 선사해 주기 위해 일부러 꾸며두었던 무대장치 아니었을까.

 

오로라이지만 오로라가 아닌 것. 카메라에 그 아름다움이 다 담기지 않는다.
오로라이지만 오로라가 아닌 것. 카메라에 그 아름다움이 다 담기지 않는다.

운이 나빴던 오늘이, 운이 굉장히 좋은 하루로 바뀌었다. 오로라는 그렇게 위로를 주고, 감동을 주었다. 오래된 버킷리스트를 완수했다는 뿌듯함도 행복감을 더했다. 점점 자취를 감추는 오로라를 아쉬워하며 내일도, 내일모레도 더 멋진 오로라를 볼 수 있기를 소망했다.

 

길고 길었던 하루, 숙소로 복귀

여운을 뒤로하고, 호텔로 돌아와 보니 어느덧 새벽 세 시. 참 길고 길었던 하루다. 하루 종일 장거리를 이동하고 여러 가지 극적인 일을 겪었던 흥미진진한 모험의 하루였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씻기도 힘들 만큼 피로했지만, 쉽게 잠이 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양치와 세수만 간단히 하고, 새벽 4시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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