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오늘은 딱히 하는 거 없다. 투어버스 타고 밴쿠버로 복귀, 오케이투어 로키산맥 3박4일 코스를 마무리 하고, 조금 쉰 뒤에 밴쿠버 친구와 합류하여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저녁 식사, 잉글리시베이 비치에서 석양 보기로 했다.
오늘은 로키산맥 투어 마지막 날. 딱히 특별한 명소를 방문하진 않고 밴쿠버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버스는 열심히 달렸다.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나 창밖을 바라보면서 로키산맥에서 봤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며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사실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추석에 챙겨야할 가족들. 회사에 쌓여있는 업무들. 이 시기에 큰 돈을 쓰며 캐나다에 가는게 내 형편에 맞을까 등. 이 모든 걸 뒤로 하고 잠깐 즐겁자고 이렇게 멀리 가야 할까? 하지만 이기적이고 싶었고, 결국 나는 여기 와 있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너무 잘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너무 늦은 나이에 오게 된 것이 오히려 후회된다. 앞으로는 더 좋은 거 많이 보고 못 해본 경험에 과감히 도전하며 살아가야지. 그러기 위해 한국 돌아가면 다시 또 기운 내서 열심히 살아가야지.
Be a Traveler, Not a Tourist.
굉장히 멋진 말이며, 누구나 여행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나라고 다를까?
하지만 로키투어만큼은 후회없다.
가이드의 해박한 지식은 로키산맥의 여러 명소들을 좀 더 즐겁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
비용을 계산했을 때도 효율면에서는 최고였다. 직접 운전하거나 찾아갔다면 동선 면에서 휴식면에서 굉장히 손해보는게 많았을 것이고, 비용도 더 많이 들었을 거다.
물론 단점도 있다. 투어 비용절감을 위한 미끼상품, 미끼관광이 포함되어 있다. 이때만큼은 굉장히 지루하다.
또한 투어를 신청했지만 정작 풍경이 머물러 좀 더 오래 머물고픈 장소가 있다. 갑자기 traveler가 되고 싶은 것이다. 명소에서 5~10분간 머물며 사진만 열심히 찍어대는게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투어는 단체인만큼 철저한 시간 엄수는 필수이고 나 또한 잘 지켜나갔다.
로키투어에서 가장 유명한 건 내가 갔던 오케이투어 그리고 로얄투어 두개가 대표적인 것 같다. 로얄투어가 더 비용이 비싼데 그만큼 좋은 숙소와 빡센 일정을 제공한다. 특히 로얄투어는 밴프국립공원의 호텔에서 1박을 하는데 이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좀 더 호화롭게(여유롭게는 아니다. 일정도 더 빡세보였다.) 가고자 한다면 로얄투어를,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알차게 가고 싶다면 오케이투어를 추천한다.
로키투어를 마치고 밴쿠버에 내려보니 오후 2시 40분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원래 계획으로는 그랜빌 아일랜드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도착 후 급 피곤해졌고 그랜빌 아일랜드 가기를 미루고 오후 다섯시 반, 현지친구와의 약속 전까지 숙소에서 뒹굴거렸다.
오후 다섯시 반, 현지 친구까지 합류하여 인원이 셋으로 늘었다. 우리는 간단한 주전부리를 사서 석양을 보러 잉글리시 베이로 이동했다.
잉글리시 베이로 가는 길에 모턴 공원이 있는데, 여기 청동상에서도 꽤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근데 내눈엔 별로 찍고 싶게 안생겼어.. 친구가 찍으래서 억지로 하나 찍었다 ㅎㅎ 옆에 서서 찍은 사진도 있는데, 어디 올리고 싶진 않다 😅
솔직히 말하자면, 잉글리시 베이 석양을 극찬하는 친구의 말에도 그닥 큰 감흥이 있지 않았다. (심지어 난 바다 근처가 출생지로 수없이 많은 바다와 일출, 일몰을 보와왔다.) 오늘은 그냥 쉬면서 뒹굴거리고 싶었다. 하지만 바쁜 현지 생활 중 시간내어 주는 친구가 그렇게 좋다는데 안따라가볼 수가 없었다.
근데 뭐지? 평화로운 해변의 모습이 내 마음에 꽂혔다. 3박 4일간의 투어에서 호수만 실컷 봐서, 바닷가를 보니 다른 감성에 빠진 걸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수다도 실컷 떨고 말싸움도 하다 보니 조금씩 해가 떨어졌다 (2:1로 싸웠다. 내가 1이다. 으휴)
그리고 마주친 석양. 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번 여행으로 진짜 극T (하루에 최소 10번은 지적받음. T성향인 나도 고개를 흔들었다)라고 알게된 친구조차 탄성을 내지를만큼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운 해변을 매일 방문할 수 있는 친구가 너무 부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일하면서 업무 후에는 매일 여기를 조깅하는 상상을 해봤다. 나도 이민 도전해보면 어떨까?!
석양을 보고난 뒤 현지 친구가 한 잔 하자고 한다. 분명 굉장히 알쓰인 친구인데 먼저 제안하다니🤣.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실내도 찍었는데, 액션캠으로 영상만 찍어놔서 아쉽네.. 이마트랑 비슷한 느낌이다. 술 안주로 할 살라미, 치킨 같은 걸 샀다.
그 다음에는 liquor shop에 방문해서 마실 술을 샀다. liquor 샵은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BC가 붙은 곳에서 사는게 합리적!
한국은 안전한 나라이지만 자전거 도둑만은 유명하다. 그런데..
밴쿠버도 똑같은걸까? ㅋㅋ 누군가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워놨는데, 바퀴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걸 발견했다. 도로 옆이라 불법이라서 철거한 건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랬다면 자물쇠 통째로 제거했겠지.
잉글리시 베이 비치의 석양을 보고난 뒤, 아직 감동에서 못빠져나왔던건지, 술이 쭉쭉 들어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환영받지 못할 나의 연애관부터 각자의 인생 스토리, 밴쿠버 이야기, 로키투어 후기 등. 술과 함께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시간은 어느덧 새벽 한시를 향해 달려갔다.
우리 여행은 크게 세 장이 있다.
오늘은 로키산맥 투어 종료일. 석양과 함께 더할 나위없는 첫 장 마무리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