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옐로나이프에서 낮에는 뭐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옐로나이프 오로라투어나 오로라헌팅은 밤 10시에서 새벽 2~4시에 이뤄진다. 다음날이면 피곤해서, 그리고 옐로나이프에서는 낮에 딱히 할 게 없어서 숙소에서 휴식만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낮에는 휴식만 취할 거라 생각하고 왔는데 이미 어제 오로라 투어버스에서 푹 쉬기도 했고, 숙소에만 있기에는 답답하고 아쉬워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오늘의 첫번째 행선지는 옐로나이프 방문자 센터. 스탬프와 배지, 북위 60도에 방문했다는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
첫번째로 get 한 아이템은 옐로나이프 황금칼 뱃지다. 옐로나이프 영토에서 수집한 구리로 만든 냄비, 칼 및 기타 도구로 유명한 옐로나이프 원주민들을 기리는 뱃지인데, 너무 튀지 않아서 바로 내 가방에 부착해 주었다.
북위 60도 지역 NWT에 방문했다는 인증서도 발급해 준다 ㅎㅎ
귀여운 스탬프들도 많았는데, 딱히 어디 스탬프를 찍을만한 곳이 없어서 인증서 뒤에 찍어주었다. 인증서에만 찍기에는 아쉬워서, 순간 여권의 역할을 까먹고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볼까 바보 같은 생각도 했었다ㅋㅋ
인증센터를 나오고 나서는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마한 팀 홀튼 카페를 방문했다. 앉을 곳은 없고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매장.
곧 한국에도 입점한다고 하는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 홀튼. (아니, 이미 입점했다. 이 글을 정리하는 이 시점에 역삼역 근처 어디에선가 팀홀튼 매장을 발견했다.) 사실 공항 팀홀튼을 방문했었지만 별 거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우리가 팀홀튼에서 뭘 시켜야 할지 메뉴를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어제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 유학한 친구가 추천해 준 현지 추천 메뉴로 주문해보고 싶어서 다시 들렀다.
현지인의 팀 홀튼 추천 메뉴
아이스캡, 더블더블은 시켰지만 홀도 없는 작은 매장이라 그런가 메이플 딥이나 칠리수프는 시킬 수 없었다.
내가 시킨 메뉴는 아이스캡이었는데, 더위를 많이 타는 나의 입맛에 딱 맞았다. 더위사냥과 비슷한데 더위사냥보다 살짝 더 맛있다고 해야 되나. 한국에서도 팀 홀튼을 방문하게 된다면 또 아이스캡 시켜 먹을 듯. 근데 원래 팀 홀튼은 싼 맛에 오는 카페인데, 과연 한국에 오면 어떻게 될까? 그놈의 한국 올려치기로 한국에서 가격이 비싸다면, 절대 안 갈 것 같다.
다음 행선지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 박물관. 옐로나이프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박물관으로, 영국의 왕자가 세운 박물관이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방문한 프린스 오브 웨일즈 박물관은 재미고 좋았다. 여러 가지 박제된 옐로나이프의 동물들, 인디언 원주민들의 삶, 컴퓨터에 들어가는 광물의 대부분을 보유한 NWT 등,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보다 영상을 더 많이 찍었는데, 그 점이 아쉽다. 박물관 안에 재밌는 것들을 다 영상으로 남겼다 보니 블로그에 올릴 사진이 몇 없다 ㅠ 영상은 언제 올릴지, 시간이 날지도 잘 모르는데. 사진이나 많이 찍을걸.
박물관 탐험을 마치고 나가려고 하니, 입구에서 안내원이 박물관은 나가 안 쪽으로 더 가면 호수가 있는데, 꼭 가보길 권했다.
사람 한 명 없는 Frame Lake는 역시 너무 아름다웠다. 여기서 30분 동안 호수멍을 하고 난 뒤에도 계속 멍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배고픈 상태이기도 하고, 어제 친해진 밴쿠버 유학생과 약속도 있기 때문에 점심식사 후 다시 오기로 하고 발 길을 돌렸다.
옐로나이프에서도 한식을 먹을 수 있다니 ㅎㅎ. 참고로 옐로나이프 원주민 중 한 부족인 이누이트는 한국인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비슷한 언어도 굉장히 많고, 한국인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한다.
그냥 딱 한국의 맛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장님 및 같이 일하시는 분 모두 한국인. 김치마저 완벽한 한국식 맛이었다 ㅎㅎ.
맛은 한국식이지만, 가격은 캐나다식이었던 Korean House Restaurant. 대략 세금 포함 7~8만 원의 금액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외식만 하면 기본적으로 한 사람당 2~3만 원은 깨지는 캐나다라서 이젠 가격에 무덤덤해진 것 같다.
그리고 한식당에서 본 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쟁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게 우리의 계속되는 비행기 연착과 관련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아까 봐두었던 Frame Lake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시간을 여유롭게 쓰는 캐나다 답게 산책 코스가 왕복 몇 시간인지 이런 건 적혀 있지 않다. 나는 2시간 정도 걸리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누구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고. 모르겠다, 일단 시작! 오로라 보기 전까지는 남는 게 시간이다.
막상 해보니 산책로가 제대로 안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산책이라기에는 작은 돌산? 돌언덕? 도 있어서 지금 이게 산책을 하고 있는 건지, 등산을 하고 있는 건지 헷갈렸다. 웅덩이가 많아 끊긴 길도 있었는데, 통나무를 밟고 통과해야 하는 나름의 어드밴처도 있었다. 결구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꽤 걸렸지만, 아름다운 호수 뷰를 돌며 오랜만에 산책을 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프레임호 산책을 마치고 어제 함께 했던 약사 선생님까지 합류하여 같이 기념품을 구매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회사의 우리 팀에게 줄 선물이 필요했다.
저녁도 함께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배가 너무 부른 상태라 호텔에서 간단히 먹을 요량으로 패스했다. 이제 숙소에서 좀 쉬며 오로라 보러 갈 준비를 했다.
오늘의 오로라 지수는 9이다. 우리의 3박 4일 오로라투어에서 가장 높은 오로라 지수다. 하지만 오늘도 역시 날씨가 맑지는 않아 불안하다.
프리루드호까지 왔건만 역시나 보이지 않는 오로라. 첫날 본 오로라가 마지막이었나 보다.
아쉬운 대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남자 둘이서 이런 사진 찍으니깐 침울하네... 게다가 오로라도 보이지 않아서 더 우울한 상태.
새벽 한 시? 두시? 슬슬 추위에 힘들고, 소니도 체념한 상태로 돌아가는 쪽으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어 그런데?! 하늘에 뭔가 푸른빛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오로라였다. 최근 며칠 동안 날씨가 안 좋아서 못 보고 돌아간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첫날 본 걸로 만족해야 되나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더 볼 수 있게 되다니! 너무 감사했다.
오늘은 첫날만큼의 선명한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 피아노 선율처럼 춤추는 댄싱 오로라가 하늘을 가득 메운 오로라를 만나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실패했다. 하지만 아예 오로라를 만나지 못한 건 아니라는 거에 만족하려고 한다. 신이 허락한다면, 또 기회가 있다면 다시 만날 기회가 있겠지?
3박 4일의 오로라 투어를 마치면서 내 오랜 버킷리스트, 오로라 보기를 성공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완벽한 오로라를 보지 못한 것과 감수성이 떨어지는 내가 생각보다 오로라에 엄청난 감명을 느끼지 못한 건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