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새벽 2~3시에 잠에서 깼는데,
이후로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아직까지 시차 적응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ㅠ.
10월 1일 새벽 5시 30분. 씻고 짐을 싸서 미리 준비를 마친 후,
베스트 밸류 인 베일마운트 호텔 조식을 먹고 아침 일찍 시작되는 투어 일정에 참여했다.
* 좋은 노래와 함께하세요~
오늘은 시작부터 자연경관이 기가 막히다.
첫 번째 방문지는 Mount Robson Visitor Centre.
롭슨산을 바라보며 장엄함에 압도됐다.
롭슨산 꼭대기는 안개가 자주 끼기 때문에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서 꼭대기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깜짝 놀랄 새벽의 살을 에는 미친 추위. 그리고 해발 3954m의 압도되는 설산의 모습(눈이라기보다는 하얀색은 빙하이다). 두 가지 상황이 어울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감동적이라고 해야할까. 캐나다가, 밴프가 나를 향해 어서 와 환영해! 하고 인사하는 기분.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늘은 롭슨산을 시작으로 아이스필드에 방문하여 설상차로 빙하를 보고, 레이크 루이스의 에메랄드빛 호수까지 보며 밴프를 제대로 즐겨 볼 예정이다. 어제는 거의 온종일 이동만 했어도 창밖 너머 눈부신 풍광에 충분히 매료되었다. 그렇다면 오늘 방문할 유명한 장소들은 얼마나 더 멋진 모습일까?
너무나 기대되고 설렌다.
롭슨산을 본 이후,
다음 목적지인 재스퍼 국립공원을 향해 110km 정도를 투어버스를 타고 달렸다.
칼리부? 무스? 야생동물도 만나고,
어딘지 모를 멋진 풍경도 바라봤다.
그냥 달리는 모든 길이 예술이니 버스 밖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며 힐링되는 기분이다.
애서베스카 폭포 산책로 초입.
폭포 물살이 굉장히 세니 유념하고, 무리하지 말라는 경고표지판이 눈에 띈다.
주변에 있는 산책로 안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폭포를 볼 수 있다.
물줄기가 어찌나 세던지.
폭포를 이루는 겹겹이 쌓인 암벽도 멋졌다.
날씨가 좋으면 폭포 물보라가 만든 아름다운 무지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잠깐 폭포 근처에 있었는데도 눈썹에 작은 물방울들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아쉽게도 이날 무지개는 못 봤다.
그러나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와 흐르는 물의 묘한 색상으로도 충분히 경탄스러웠다.
산책로의 다른 방향으로 가면, 폭포가 모인 강물이 협곡사이로 흐른다.
나무, 암벽, 에메랄드 빛 물줄기. 완벽하게 조화로운 모습이 감탄을 자아냈다.
오전 11시.
콜럼비아 아이스 필드 빙하 탐험 출발장 도착.
Columbia Icefield Glacier Adventure에서는 설상차, 그리고 스카이워크를 탈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기념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얼음과 빙하는 엄연히 다른 존재라고 한다.
얼음은 못을 박거나 바늘로 찌르면 깨진다.
빙하(Glacier)는 못이나 바늘이 박힌다.
페트병에 얼음을 가득 채워 얼리면 터지는데, 물이 얼음으로 변해 몸집이 커지며 질량이 준다.
빙하는 반대의 과정이다.
수만 년에 걸쳐 쌓인 눈이 녹아 물이 되어 얼고, 그 위에 다시 눈이 쌓여 중력을 받아 압축된다.
30m 정도 눈이 쌓이면, 쌓인 눈의 하부에 약 1cm 정도의 얼음과 같은 물질이 형성된다.
이것들이 반복되며 두께를 키워나간 것이 빙하다.
즉, 얼음은 작은 물질이 커진 것이고 빙하는 큰 물질이 압축되며 질량감이 커진 것으로 그 속성이 다르다.
그렇다면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빙하의 두께는? 무려 900 미터이다!
우리는 해당 지역은 방문하지 못하지만, 그 반대편을 설상차로 방문할 참이었다.
우람한 덩치의 설상차를 보고 가슴 설레지 않는 남자가 있을까! 나 또한 가장 기대했던 액티비티다. 밴프여행에서 꼭 해봐야 하는 게 설상차 투어라고 여기저기에 홍보되기도 한다.
설상차는 4x4, 6x6와 같은 단위를 쓴다.
또한 캐나다 차량 보면 이러한 숫자 단위를 쓰는 차가 많은데, 각각의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4륜 자동차를 4wd라고 하는데, 4x4와 의미는 다르지만 결국은 최대한 접지력을 높여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이다.
실제로 설상차는 얼음이나 높은 경사에서 무리 없이 달리기 위해 각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군사용 전차들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군시절 포병으로 근무했었다. 그때의 어떤 딱딱한 승차감, 굉음 이런 걸 기대해서였을까? 너무 편안한 승차감에 오히려 흥분감이 좀 사라졌던 것 같다.
컵 하나 가져가서 빙하 물도 마셔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이번엔 없었어서 살짝 아쉽다. 그리고 여태까지 너무 멋진 산들을 수없이 봐서 그런가, 콜롬비아 아이스필드는 내겐 큰 감흥이 느껴지진 않았다.
계속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냥 버스 안에서 각기 다른 장엄한 산과 호수, 나무들을 바라만 봐도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이 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이 카톡 프사에 꽃 사진, 산 사진 올리는 심정을 나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일까?
수 없이 많은 멋진 산들을 보며 대자연 앞에서 경건해지고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어떤 산인지, 어디에 위치했었는지 일일이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었지만 너무 많아 그럴 수가 없었다. 그저 눈에 담은걸, 가슴과 머리에 간직하고 있지 않으려고 한다.
나무는 2400m부터 자랄 수 없기 때문에, 내 옆에 있는 산에 나무가 있는지, 나무가 점점 안보이려고 하는지 등으로 판단하여 대략이 해발고도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2400m 이상 높이를 가진 산에서 가능한 일이긴 하다. 쓸모 있는 지식은 아닌 듯 🥲
로키산맥 투어가이드가 자신 있게 했던 말이 있다. 레이크 루이스가 예쁜지? 아님 본인의 히든스팟이 나은지 모두 본 후 비교해 달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히든스팟은 디스트릿 No.12 근처의 호수였다.
영롱한 미친 물색깔을 보면, 그저 감탄만 나온다. 딱히 뭐라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다.
그냥 나무이고, 암석이고, 나무다.
그런데 각각의 위치. 그리고 색감 조합이 미쳤다.
그 어떤 예술작가보다 위대한 예술작가는
바로 자연 그 자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두 번째 히든스팟도 예술이었다.
아직 레이크 루이스를 못 봤는데. 오늘 본 모든 호수들이 너무 예뻐서 레이크 루이스에 대한 기대감이 백배 커졌다.
이 물 색깔 보면 뛰어들고 싶다는 욕망이 안 생길 수가 없다. 하지만 밴프 록키산맥의 물은 석회암 암반이 부서진 석회질로 이뤄진 석회수. 피부나 머릿결에 좋지 않다고 하여 겨우 참았다. (사실 너무 추웠기 때문에 어차피 들어갈 엄두가 안 날듯)
빙하로 이뤄진 맑고 깨끗한 호수는 날씨에 따라 빛반사에 의해 여러 가지 색상을 띤다고 한다. 우리가 만난 모든 호수는 이렇게 푸르른 색깔이 대부분이었다.
세계 10대 비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유명 관광지가 된 레이크 루이스. 도착 후 수많은 관광객 인파가 유명관광지임을 바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유명 관광지인만큼 호수 주변으로 비싼 호텔들이 즐비해 있다. 알아보니 1박에 백만원정도 하는 듯?
마운틴 롭슨, 레이크 루이스. 보통 이름이 앞에 오는데 몇몇 산과 호수는 이렇게 이름이 뒤에 온다. 이유가 뭘까?
오늘은 유명한 곳은 다 가본 것 같다. 굉장히 피곤한 하루. 우리의 숙소는 알버타 캘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미가록이라는 가게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메뉴 사진이 없다. 브이로그 찍어보겠다고 영상만 온종일 찍었더니 여행내내 사진 기록이 부족한게 아쉽다. 브이로그는 언제 올릴지도 모르는데..
이번에 묵은 호텔이 제일 좋았다. (그리고, 여행 중 가장 좋았다) 헬스장 시설도 괜찮아서 헬창 친구 따라 운동도 한두 시간 하고 씻고 나니
오늘만큼은 바로 잠들 것 같은 기분이다.
2023.10.12 - [여행,취미/해외여행(23년 캐나다, 미국 샌프란)] - 5일 차) 로키산맥 Day3 - 이민 마렵게 하는 밴프국립공원, 영화촬영지 보우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