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일어나 보니 오전 6시. 두세 시간밖에 못 잤다. 망할 놈의 술! 숙취가 깨지 않아서 두통도 좀 있는 상태. 하지만 캐나다 록키 산맥 투어 미팅 장소에 오전 7시 45분까지 가야 한다. 서둘러 씻고 짐을 싸서 캐나다 플레이스 웰컴센터 광장에 도착했다. 함께 투어에 참여할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고, 이내 투어버스가 출발했다.
한인타운 등 여러 미팅 장소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헤이스팅스 거리도 지나가게 되었다. 어제 밴쿠버 친구가 말한 것처럼 거리에는 노숙자나 마약중독자가 많이 보였다. 특히 몸이 굳어 있거나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는 펜타닐 중독자가 눈에 띄었다. 직접 지나갔다면 무서웠겠지만, 투어버스로 지나가니 내겐 관광 요소로 느껴졌...🫣.
뉴스나 슈카월드에서 샌프란시스코 마약거리를 봤었는데, 캐나다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어딜 가나 요새는 마약이 진짜 큰 문제인 것 같다.
픽업장소를 돌면서 모든 투어 신청자들을 태운 후에야, 비로소 자칭 엉클 브라이언 가이드가 자기소개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됐다. 투어를 하면 가이드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고 한다. 이번에 우리 투어를 담당한 엉클 브라이언 역시 괜찮은 가이드다. 그는 캐나다 역사부터 시작해 빙하 생성 과정까지 다양한 얘기를 재밌게 쉴 틈 없이 풀어주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보게 될 멋진 풍경들에 대해서 어떤 역사를 가지고 어떤 원리로 생성된 자연환경인지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예쁘다, 낯설다 느끼는게 아니라, 의미를 알고 감동과 재미가 두 배가 되게 하는 것. 이것 또한 투어만의 장점이 아닐까?
앞으로 투어버스로 로키산맥 주변을 이동하며 해발 3~4000m 높이에 있는 1만 2천 년 전부터 녹기 시작한 빙하(Glacier)와, 녹은 빙하로 인해 생성된 맑고 아름다운 오색 빛 아름다운 호수들을 볼 생각을 하니 점차 설레기 시작했다.
원래는 메릿에서 중식을 먹는다고 했으나, 현지 버거킹을 먹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치킨너겟은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는데 괜찮았고 버거의 패티는 퍽퍽했다! 대충 식사를 때우고 나니 시간이 많이 남아서 옆에 있는 convenience store(편의점)로 이동했다. 한국 편의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 편의점 대비 캠핑 장비들과 육포가 굉장히 많이 진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땅덩어리도 넓고 자연경관이 훌륭한 캐나다답게 캠핑이 활성화되어 있는 게 아닐까, 또는 우리가 방문한 위치가 캠핑이 활성화된 곳이 아닐까 어림짐작해 보았다.
물 외에는 딱히 필요한게 없었지만, 그래도 캐나다산 육포 하나를 사보았다. 이유는 자연방목한 소고기 육포이기 때문에 그 맛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와 달리, 캐나다 소는 1km당 한마리를 원칙으로 자연방목하여 키운다고 한다. 당연히 마블링이 적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등급으로 취급될 터였다.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오히려 자연방목으로 마블링 적은 소고기가 A등급이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수출할 지역에 맞게 사육하는 방식을 쓴다. 예를 들어 한국에 수출할 소고기라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우리나라 방식대로 작은 목장에서 초원의 풀이 아닌 곡물을 먹여 마블링을 최대로 한다. 마블링이 많으면 맛이야 있지만 이게 우리 몸에 좋은 고기라 할 수 있을까? 캐나다처럼 자연방목한 건강한 소의 고기 등급이 더 높은게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굳이 캐나다까지 와서 한식 먹어야겠나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달리하기로 했다. 투어에서 삼시세끼 내가 원하는 음식만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일 수 있다. 한국인 투어이고 현지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분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중간중간 한식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맛은 괜찮았다. 자리가 많지 않아 한 테이블에서 커플 한쌍과 함께 먹었는데, 식사를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투어 끝나고 밴쿠버를 좀 둘러볼 예정인데, 먼저 밴쿠버들 둘러 본 이 커플이 여러 음식들과 지역을 추천해줬다. 딥코브는 아예 예정지에 없었는데, 밴쿠버에 돌아가면 이 커플이 소개해준 대로 허니도넛을 먹어보기 위해 딥코브는 꼭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좀 있으면 추워질 것이기 때문에, 동면을 준비하는지 곰을 생각보다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오래된 호텔. 씻지도 못하고 바로 뻗어서 잤기에 호텔의 만족도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그리 좋은 호텔은 아니었지만 현지 로컬 분위기가 나는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첫날은 밴쿠버에서 베일마운트까지 거의 700km 가까이 이동해야 했기에,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이동만 한 것 같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재밌고 유익한 정보를 쉴 새 없이 알려주는 가이드가 있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모든 강들과 산들이 예뻤기에 TV 시청이 따로 필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