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집사의 기억저장소

캐나다 벤쿠버 9월 29일 (한국 9월 29일~30일)

목차

     

출발 전 추석맞이 순회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후 7시 20분이다. 그래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을 3시로 생각하고, 낮에는 주변에 장사하는 친구들 가게에 들렀다. 친구의 여동생이 오픈한 와드커피에 방문해서 커피를 주문하고, 삼계탕 집을 하는 친구 가게에서 삼계탕을 먹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사람, 고향에서 장사하는 사람..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정착하고 안정을 찾아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뿌듯했다.

나의 친동생은 나의 가장 친한 벗이자 나를 가장 챙겨주는 친구와 같은 존재로,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해 줬다(내 동네 친구들은 동생 친구들이기도 하다). 동생은 굳이 괜찮다는 나를 인천공항에 데려다준다 했고, 함께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나의 고마운 친구이자 친동생

공항에서 동생이랑 헤어질 때, 기분이 이상했다. 동생이 날 어디 데려다준 게 처음이기도 한데, 뭔가 영영 헤어지는 것 같은 멜랑꼴리 한 기분이 들었다. 헤어질 때 동생이 작은 봉투를 건네줬다. 온통 비행기 탈 생각에 무심코 받았다. 헤어진 후 캐리어 정리하다 봉투를 열어본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본인도 민망했을 것 같은 장문의 편지와 함께, 여행 경비에 보태라고 현금이 담겨 있었다. 금액이 너무 많아서(너무 현실적인가), 그리고 그 마음이 고마워서 순간 울컥했다.

비행기 연착, 보상은 어디에?

오후 5시경 체크인하러 Delta airline에 방문했다. 함께하기로 한 친구가 늦는다기에, 나 홀로 여행도 각오한 상태. 체크인할 때 오늘 비행기 연착되는 거 알고 있냐고 묻더라. 저녁 7시 20분 출발 비행기가 저녁 9시 50분에 뜬다고 했다. 나중에 함께 여행한 친구에게 확인해 보니, 메일이 와 있긴 했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는데, 난 오후 2시 50분에 공항에 도착했다고! 그리고 비행기가 연착되면 캐나다에 도착하면 현지시간은 오후 8시 30분이 된다. 원래 계획이었던 현지 친구를 만나 석양을 본 후, 함께 저녁식사하는 계획이 망가져 버린 것이다. 날씨 탓도 아니고, 원인을 알 수도 없고. 심지어 보상도 없다. 내가 왜 소중한 시간을 손해 봐야 하지? 공항에 일찍 오기 위해 오전부터 무리했던 게 무용지물이 되던 순간이었다. 한 때 델타항공 주주로서 짜증이 조금 났다. Time is gold!

나중에서야 비행기 연착된 걸 알 수 있었다.
나중에서야 비행기 연착된 걸 알 수 있었다.

 

대기시간 동안, 인천공항 서비스 직원이 되었던 나.

함께 비행기 탈 친구는 늦는다 하고, 나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때까지는 그런 줄 알았다)라 할 일도 없고. 가만히 여기저기 앉아있다 보니 외국인들의 도움 요청이 많았다. 웬 흑인 남자가 본인 에어라인의 체크인 장소를 묻기에 길 안내를 해줬다. 쿨하게 떠나더라. 동방예의지국에 왔으면, 땡큐 한마디 정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2 터미널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 왠 베트남 여자애가 본인의 에어라인 체크인 장소를 물었다. 하지만 베트남 에어라인은 1 여객터미널에 있다. 한국말을 잘하길래 열심히 설명해 줬겠만 믿지 않는 눈치. 나도 비행기 연착으로 짜증 나 있던 터라, 환승버스 타는 위치를 안내하고 헤어지려 했다. 그러나 놓아주질 않으며 본인 사장님이라면서 전화를 바꿔줬는데, 이름은 베트남어로 적혀있지만 한국말을 잘하기에 관계가 미심쩍었다. 심지어 본인이 여러 명을 제2터미널에서 데려다줬기에 맞다고 우기는데,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길래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한 후, 제1터미널 가는 택시를 잡아 보냈다.

내가 직원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다. 후의 일이지만, 캐나다에서 재회한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무언가를 바라지 말고 도와주라고. 생각해 보면 나는 내 시간 쓰면서 베트남 여자, 흑인 남자를 도와주면서 최소한의 칭찬이라도 바란 것 같다. 난 이기적인 것일까?

오랜만에 방문한 인천공학 국제터미널
오랜만에 방문한 인천공학 국제터미널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 탑승

라운지에서 시간 때우기

함께 여행할 친구가 오후 5시 30분에 도착했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두 시간 반 정도 미뤄진 상태였기에, 조바심 나게 했던 이 친구가 승자인 기분이다. 이 친구도 문자 등 알림 없이 비행기가 연착된 것에 대해서 당황한 것 같다. 참고로 우리 비행기는 Delta Airlines. 오후 9시 50분까지 공항에서 할 일이 많이 없어서, 라운지에서 시간을 때웠다. 간단한 뷔페 식사를 하고, 남는 시간에 수다를 떨거나 각자 OTT를 시청했다.

라운지 뷔페. 딱히 맛있진 않았다.
라운지 뷔페. 딱히 맛있진 않았다.
요새 핫한 디즈니플러스 무빙 시청. 조인성 형님은 불혹을 넘기셔도 멋있네ㅎㅎ
요새 핫한 디즈니플러스 무빙 시청. 조인성 형님은 불혹을 넘기셔도 멋있네ㅎㅎ

 

드디어 출발!

드디어 시작된 비행기 탑승.
시작부터 꼬여서 그럴까?
막상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하늘을 날아도,
설렘이나 기분 좋음 같은 건 없었다.

중간 경유지인 시애틀을 향해서 드디어 출발!

 

옆자리 미국인 아주머니가 계속해서 말을 걸었는데,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소통에 꽤 애를 먹었다.
델타 에어라인에 대한 평가도 많이 살펴봤는데,
내가 참고했던 글보다는 여러 면에서 서비스가 좋았다.
메인 항공사에 대해 기대했던 것과 다른 허술함이
오히려 내겐 재밌는 요소로 다가왔다.

거의 8~9시간 동안 기내식 먹고 자고 ott 보고
무한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시애틀에 도착해 있었다. 
이제 밴쿠버행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만 더 날아가면 된다.

첫 비행기 환승 경험, 다음 비행기 못 탈 뻔

이제 시애틀 공항에서 캐나다 밴쿠버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한 환승 과정만 남았다! 간단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출국 및 탑승심사 과정이 남아 있었다. 근데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처음 사다 보니, 시애틀행 비행기에서 찾은 캐리어에 면세점에서 산 액체류를 담고 다시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야 한다는 걸 망각하고 있었다 ㅠ.

화장품을 그냥 버리거나, 작은 캐리어가방이나 박스를 사서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동생 선물인데 버리기 아까워서 작은 캐리어 가방을 사러 갔다. 2~3만 원 하겠지 생각하면서.. 그런데 웬걸. 제일 작은 캐리어 가방이 199 ~399 미국달러가 아닌가! 원화로 따지면 제일 저렴한 게 26만 원인 것이다! 이때부터 당황했던 것 같다. 수지타산을 고려하지 못하고 선물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만 머릿속을 지배했고, 나는 그 26만 원짜리 캐리어 가방을 구매하여 면세점 화장품을 담았다. 왜 그랬을까?

지금도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문제의 26만원짜리 suitcase. 그래도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니라 원가라 다행이라 해야할까 :)

 

문제는.. 내가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난 굉장한 길치라 자부한다). 다음 비행기 출국 시간 20분 전에 겨우 체크인 장소에 도착했고, 나는 구매한 캐리어를 위탁수하물로 맡겼어야 했다. 하지만 델타항공 직원이 그냥 들고 가도 된다는 한마디를 그대로 믿고 다시 캐리어를 직접 끌고 가 탑승수속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시 액체류 검사에 걸렸다..! 탑승수속까지 10여분.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화장품을 버리고, 구매한 26만 원짜리 캐리어가방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  환승 과정에서, 이전 공항에서 구매한 액체류 면세상품은 캐리어에 담기 
  2. 시애틍 공항 내 편의점(?) 같은데서 뭐 사지 말기. 굉장히 rude하며 가격 덤탱이 작렬. 나의 평가가 아니라 함께 방문했던 아이슬란드 친구가 한 말이다.
  3. 세관에 걸려서 추가로 구매한 캐리어는, 체크인 하는 곳에서 추가금을 내고 위탁수하물로 컨베이어 벨트에 싣기

 

면세 화장품 8만 원, 작은 캐리어 가방 26만 원.
총 34만 원어치의 멍충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무사히 비행기는 출발했다.

기내에서 바라본 시애틀 시내
기내에서 바라본 시애틀 시내

 

 

드디어 캐나다 밴쿠버 도착! 반겨준 친구

벤쿠버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 8시 반. 원래 도착 예정보다 세 시간 더 걸려 도착했다. 위탁수하물을 찾고 나오니 두 달 전부터 밴쿠버에 살고 있던 친구가 작은 플랜 카드와 함께 우리를 반겨줬다 ㅎㅎ. 공항에서 이렇게 누가 반겨주다니. 너무 고마웠다.

ㅋㅋㅋ 공항에서 누가 플랜카드 들고 반겨주는 건 처음이다. 고맙다 친구야!
ㅋㅋㅋ 공항에서 누가 플랜카드 들고 반겨주는 건 처음이다. 고맙다 친구야!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가 우리의 숙소까지 길 안내를 해줬다. 덕분에 길 찾고 헤매는 과정 없이 손쉽게 숙소에 방문할 수 있었다. 두세 달 전에 한국에서 잘 가라고 배웅해 줬었는데, 이렇게 금방 다시 보다니 ㅋㅋ

클럽이 딸려 있던 캄비 호스텔 체크인

우리가 오늘 묵을 호스텔은 '더 캄비 호스텔 가스타운'. 도착해 보니 일층에는 클럽이 있었고, 우리는 체크인을 하여 2층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더 캄비 호스텔 가스타운 1층의 클럽 모습. 호스텔 상태와 달리, 클럽은 굉장히 성황이다.
더 캄비 호스텔 가스타운 1층의 클럽 모습. 호스텔 상태와 달리, 클럽은 굉장히 성황이다.

숙소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친구랑 둘이 독방으로 쓸 수 있는 점은 편했다. 밖에서 혼자 기다리는 친구도 잠깐 들어오게 했는데, 관리자가 안 된다고 하더라. 잠깐만 들어간다 했지만, 이 친구는 여자라서 막는 것 같았다. 하긴 우리가 있는 위치가 주변에 노숙자라던가 마약중독자도 많은 약간 무법지대 같기도 했고, 사건사고가 많을 수 있으니 이해한다. 숙소 상태와는 달리, 밑에 함께 운영하고 있는 클럽은 굉장히 성황이었다. 주변에 몇몇 클럽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기줄이 길었다. 잘 놀지 못하는 나는 맨 정신에 도저히 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저녁 겸 한 잔 하기 위해서 현지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가 추천하는 steamworks brewpub으로 향했다.

재밌었던 Steamworks Brewpub

메뉴는 내가 걱정했던 것만큼 비싸지는 않았다. 피자 한판, 치킨텐더 그리고 각자 맥주 2잔씩 했는데, 세금 및 팁 포함하여 개인당 37.51 CAD가 나왔다. 한화로는 3만 7천 원 정도.

밴쿠버 오면 많이들 방문하는 스팀웍스 브루펍 외관.
밴쿠버 오면 많이들 방문하는 스팀웍스 브루펍 외관.
나는 무슨 호박맥주? 같은 걸 시켰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나는 무슨 호박맥주? 같은 걸 시켰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함께 여행하는 친구랑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친구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다행히 금방 친해졌다. 둘 다 여행을 좋아하고, 둘 다 장기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한 경험도 있다. 두 달간의 벤쿠버 생활, 헤어진 전 남친 이야기, 나랑 캐나다 친구랑 말다툼한 썰, 대학생활 얘기 등 다양한 주제로 얘기하다 보니 어느덧 1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펍을 나와서는 내가 가져온 슬로바키아 술에 탄산수를 타서 간단하게 벤쿠버 항구에서 한 잔 더 했다. 헤어질 때 시각을 보니 새벽 1시 20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막상 도착했을 때는 덤덤했는데, 한 잔 취한 상태에서 벤쿠버 거리를 둘러보니 그제야 실감이 나면서 여행자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ㅎㅎ.

이제 곧 로키투어를 시작한다. 어떻게 바로 코를 골며 곯아떨어지는지, 옆에서 바로 잠드는 친구를 보고 부러워하며 나도 잠들려고 노력해 본다.

 

가스타운(Gastown) 거리에서 한 컷
가스타운(Gastown) 거리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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