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집사의 기억저장소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샘 혼

다음은 오늘 동생과 나눈 카톡 대화 내용이다.

동생과의 대화는 그렇게 끊겼다고 한다.

분명 1이 사라졌는데. 읽었는데!! 답장이 없다. 우애가 돈독한 동생과 나의 카톡 대화는 항상 동생이 마무리를 짓는다. 항상 나의 카톡에 답장을 해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답장이 오지 않는다. 그저 술 좋아하고, 잘 쏘는 동생을 위해 형으로서 조언을 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표현도 평소보다 완곡하게 했는데,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평소완 다른 완곡한 표현 때문에 오히려 더 상처받은 것은 아닐까?

동생과의 카톡은 답장 없는 석연치 않은 상태로 그렇게 마무리한 채로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실수라는 것이 대부분 말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꾹 참았다가 결국 폭발해서 마지막에 지르는 스타일이다. 그러면 상대방이 얘기한다. 진작 말하지 그랬어? 라고. 가끔은 좋은 의도로 했던 말들이 상처를 주기도 한다. 정말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아는 여동생에게 '너는 참 밥을 맛있게 먹네. 보기 좋다!' 라고 얘기했고, 그렇게 나는 쓰레기가 됐다. 뭐 그 뜻은 뚱뚱하다는 얘기라나?

이렇다보니, 내가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에 끌리지 않을 수가 있나!

책은 크게,

1부-우아하게 이기는 법

2부-하지 말아야 할 말, 해야 할 말

3부-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는 대화의 기술

4부-사람을 얻는 대화법

으로 나뉘며 총 56개의 주제로 방법을 알려준다. 왠만한 대화 주제는 다 담겨있는 것 같다. 잘 듣는 구체적인 방법, 유머의 필요성, 설득과 제안을 위한 방법, 의도적인 심술꾼을 대하는 방법, 분명하게 No라고 말하는 방법, 그러면서도 상대를 불쾌하지 않는 비법 등.

내용은 참 도움이 되었으나 조금 아쉬웠던 점은 구체적이지 않은 소주제다. 이 책은 실천하는 책이다. 시간이 남아돌아 한 번에 정독하긴 했지만, 배운 것을 활용하기 위해서 내가 원하는 내용을 쉽게 찾아낼 수 있어야 하는게 이런 책에서는 중요하다. 실천을 위해 내용 상기하기 위해서 다시 내용을 찾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소주제는 다소 두루뭉술하다고 느껴졌다. 예를 들어, '당신이 원하는 상황을 그려보라', '합리적인 규칙이 중요하다' 와 같은 소주제만 보고 내가 읽었던, 내가 필요했던 방법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소주제에서 한 번 더 구체적으로 나누거나, 아니면 소주제가 더 구체적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해결방안으로 소제목 옆에 내용에 관련된 상황들의 키워드를 적어두었다. 

'두려움을 다스리는 것이 먼저다 - 발표

와 같이. 이런 노력을 기울인 이유는 물론, 책의 내용이 유용하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책은, 보통 크게 공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내가 이 내용을 몰랐던 건 아닌데.', 또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지?' 와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더러 있다.그럼에도 나는 왜 그동안 멀리하던 자기계발서 비슷한 책이 요새 당기는 걸까? 아마도 잘 알면서도 잊고 있다고 생각되는, 잠재의식 속의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내고 싶은 뭐 그런게 아닐까. 뭔가 더 잘 해내고 싶어서 말이다. 

보통 소설책을 읽고나서는 다른 이의 경험을 간접 체험함으로써 '직관'을 담당하는 우뇌가 발달하는 기분이다. 어떤 비슷한 경험을 하면 나도 모르게 비슷한 행동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난 그동안 자기계발서나 가이드 책들도 그렇게 접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난 왼손잡이야! 우뇌가 발달했어! 한 번 쭉 읽고나면 나의 일부에 기록되어 비슷한 상황일 때 톡 튀어나올꺼야' 따위의 마인드로. 앞으로는 좀 다르게 접근하려고 한다. 읽고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기억하려는 노력과 시도하려는 노력을 곁들이겠다. 이 책 또한 소제목을 내가 부딪힐 수 있는 상황들을 키워드로 하여 다시 분류했으니, 필요한 순간이나 과거의 마음에 안 들었던 상황을 곱씹을 때 꺼내어 실천해보고 익혀봐야겠다.


이 책을 읽고 난 후라면 난 동생에게 어떻게 카톡을 보냈을까?

'자동차 키를 찾았어, 동생. 너가 술 먹고 키 잃어버린 줄 알고 걱정했던게 벌써 세번째가 되었구나... 얼마 썼어? 너가 다 냈구나. 잘했어. 너 부자 되겠다? ^^'

아... 나는 틀린건가. 역시 가망이 없는건가. 쓰면서 답답해져서 그만 비꼬아버렸다. 그나마 욕이라도 안 써서 다행이다.

...

책의 첫 장부터 다시 읽어야겠다.




재밌거나 공감가는 명언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 몇 개만 블로그에 옮겨본다.

"미국인들의 대화란 먼저 숨을 들이쉬는 사람이 듣는 쪽이 되어버리는 치열한 경쟁이다." _네이선 밀러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때로 그들의 특성이 아니라, 내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_텅후 명언

"회의주의로는 어떤 전투도 이기지 못한다." _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인간관계에는 크게 세 가지 접근법이 있다,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의 이익과 입장만 생각해 그것을 앞세우는 것이다. 두 번째는 늘 남을 자기보다 앞세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을 처음에 두고 남들 또한 고려하는 것으로, 이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_조셉 월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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