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집사의 기억저장소


The end of the F***ing world

우연히 봤고, 순식간에 봤다.


마지막 제임스가 뱉은 문장이 떠오른다.
"이제야 알게 됐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사람은 사람이 전부인거다. 관계가 사람을 결정 짓는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보면, 명석한 부모 밑에서 명석한 아이가 태어난다.
안하무인의 부모에게서 안하무인의 자식이 태어난다.
부자이지만 문제가 있는 부모 밑에서, 사고뭉치 자식이 태어난다.
당연히 사고뭉치 부모에게서 사고뭉치 자식이 태어난다.


이 외에도 어떤 사람에게 강하게 문제나 사건이라고 기억되는 것은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다.
성추행, 폭력, 교통사고 등.


그래서 어떤 이들은, 해결 방법으로 외톨이가 되기를 선택한다.
세상을 비웃으며 일부러 트러블을 일으킨다.
또 다른 이들은, 본인의 잘못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여주인공 앨리사처럼.
본인이 비뚤어진 거라 믿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심으로 자신을 알아주는 대상을 알면서도 미워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든 남아있는 그 대상은 너를 사랑하는 거라고. 떠나간 사람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떠나간 대상은 잊지못하는 과거의 연인일 수도 있고, 한부모 가정에게는 떠나간 한 쪽 부모일 수도 있다.
(물론 드라마 한정이며, 속사정은 아무도 알지 못하며 단정 지을 수 없다.)


주인공 제임스가 미워해야 할 것은 자살한 어머니이지, 옆에서 슬픔을 감추고 열심히 살아가는 아버지가 아니다.
아버지는 울고 있지 않지만, 경찰과의 대화에서 자식을 진정으로 믿고 사랑함을 보여줬다.
주인공 앨리사가 미워해야 할 것은 떠나간 아버지이지, 재혼한 부자 양아버지와 행복해보이는 어머니가 아니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 견디고 있는 것이며, 힘들어할 앨리사를 위해 매년 아버지가 보낸 척 카드를 썼다.
잘못했을지언정 아버지도 어머니도, 처음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해본 것이다.






제임스는 자신을 사이코패스라 단정짓고, 앨리사는 후회할 말을 내뱉으면서 외톨이가 되려한다.
그러나 제임스는 강아지의 죽음을 보며 눈물 짓는 소년이였으며, 앨리사는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주는 소녀였다. 
서로를 사랑하게 되며, 둘은 사람에게 상처받았지만 사람을 통해 치유받고 있었다.
사람이 문제이고, 관계가 문제인 걸 인정하지만, 결국 사람과 관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드라마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엔딩의 상상을 시청자에게 맡기는 영화나 책은 참 싫지만, 덕분에 여운은 길게 남는 것 같다.
마지막 총성 후 제임스는 어떻게 됐을까?
The end of the fucking world 라는 제목은, 제목 그대로 제임스의 뭣 같은 세상의 마지막을 의미한걸까?
아니면 뭣 같은 세상은 끝나고, 사랑을 알게 된 제임스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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