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집사의 기억저장소

그대 눈동자에 건배그대 눈동자에 건배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 등 추리 소설로 유명하지만, 내가 처음 접했고 지금도 유일하게 읽었던 책은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 이다.

이후 만난 책이 이 책, '그대 눈동자에 건배' 다. (스포 있음)



[새해 첫날의 결심]

열심히 살아왔던 부부가 새해를 맞아 신사에 가는 길에 쓰러진 군수를 발견한다. 놀란 그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사건의 실마리는 하나씩 풀려가는데. 결론은 군수와 교육장의 어이 없는 사랑 싸움이었다. 부부는 이 사건의 휘말리며 신사를 다녀온 뒤에 도소주로 자살하려던 계획을 접고 다시 열심히 살아가보자고 다짐한다. 아내가 있는 군수와 교육장의 도덕적 해이, 사건을 대충 끝내버리려는 경찰서장, 신을 모신다는 신사 구지의 물욕 등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양심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이들이 살아가는데, 우리도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들은 앞으로 조금 더 가볍게 살아가리라.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

이 단편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추리 소설들이 얼마나 재밌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작품 같다. 

유명 작가가 된 미네기시는 밸런타인데이에 오래 전 사겼던 쓰다 치리코를 레스토랑에서 만나게 된다. 즐거운 대화들과 설렘도 잠시, 미네기시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굳어만 간다. 미네기시의 소설은, 쓰다 치리코의 친구이자 미네기시가 쓰다 치리코를 만나기 전에 사귀었던 에미의 소설을 배꼈던 것이다. 에미를 살해한 것은 덤. 쓰다 치리코의 직업은 경찰이었고, 쓰다 치리코는 미네기시를 체포한다.

진실이 드러난 후 범행이 발각되어 절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후련해하는 미네기시. 그를 보면서, 나 또한 거짓말을 하고는 후회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본다. 반대로 쓰다 치리코는 어떤 기분일까. 짐작이 가질 않는다.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마쓰리]

결혼 예정이며 시집살이를 하게 될 딸을 걱정하는 아빠. 엄마 딸이니 걱정말라는 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후 히나마쓰리의 진실을 파악해가며, 힘든 시집살이 속에서도 아내가 항상 웃으며 지낼 수 있었던 비결을 알게 되고, 이후 딸의 걱정을 접게 된다는 이야기. 우리는 서로가 가까우며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식 너무 모르는 상대방의 모습에 놀라거나 당혹스러운 순간이 있다. 그런 것을 표현한 소설인 것 같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 

잠복근무 형사. 그는 범죄자의 얼굴을 수도 없이 외운 후 경매장 같은 곳에 잠복했다가 범인을 발견하면 체포한다. 우연히 사귀게 된 여자친구의 생얼을 보고 범인임을 알아챈 후, 결국 여자친구를 감옥에 넣어버린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핵심 소설이었으나 내게는 가장 재미가 덜 했던 것 같다.


[렌털 베이비]

호기심이 많아서, 많은 경험을 해본 여자가 휴가를 내고 로봇 아기 키우기에 도전한다. 그동안 결혼해서 아기를 낳는 것에 부정적이었으나, 렌털한 로봇 베이비를 키우며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렌털 베이비를  반환한 후 그녀와 그녀 친구와의 대화.

"애기 키워 볼까봐."

"늦은 거 아냐? 너 60살이잖아"

"늦기는 뭘. 아직 인생의 절반도 안 살았는걸?"

소름. 렌털 베이비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 60살이 인생의 절반이 되는 시절인데, 나는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장래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 외에도 고장 난 시계, 사파이어의 기적,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수정 염주 모두 재밌었다.

작가에 구애 받지 않고 독서하는 편인데,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도 그렇고, 그대 눈동자의 건배도 그렇고, 점점 작가의 다른 소설에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용의자 x의 헌신 한 번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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